인터넷에서 다이어트 정보를 찾아보다 보면 한 번쯤 ‘뚱보균’이라는 표현을 접하게 됩니다. 장 속에 특정 세균이 많으면 살이 쉽게 찌고, 반대로 이 균을 줄이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설명도 흔합니다.
이야기만 들으면 체중 관리의 열쇠가 장 속 세균에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 장내미생물과 비만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연구되고 있으며, 식습관에 따라 장내미생물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도 꾸준히 발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장내미생물이 체중 및 대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과 특정한 하나의 ‘뚱보균’이 비만을 일으킨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뚱보균은 정확히 무엇이며, 현재 연구에서는 장내미생물과 체중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뚱보균’이라는 이름의 세균이 따로 있을까?
먼저 ‘뚱보균’은 특정 세균의 정식 학술 명칭이 아닙니다.
사람의 장에는 매우 다양한 미생물이 함께 살아갑니다. 이들을 통틀어 장내미생물 또는 장내 미생물군(gut microbiota)이라고 부릅니다. 연구자들은 비만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장내미생물 구성이 서로 다른지를 오랫동안 조사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중적으로 특히 많이 알려진 것이 Firmicutes(후벽균문)와 Bacteroidetes(의간균문)의 비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초기 동물 연구와 일부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비만과 이러한 미생물 구성 사이에 연관성이 관찰됐습니다. 2006년 Nature에 발표된 Turnbaugh 등의 연구 역시 비만과 관련된 장내미생물이 음식에서 에너지를 얻는 능력과 관련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런 연구 결과가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특정 미생물을 간단하게 ‘뚱보균’, 반대편을 ‘날씬균’이라고 부르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실제 사람의 장내 생태계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장내미생물이 많으면 살이 찐다는 설명이 어려운 이유
사람의 체중은 한 가지 요인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섭취하는 음식과 총에너지, 신체 활동량, 수면, 유전적 특성, 나이와 생활환경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장내미생물 역시 이러한 환경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예를 들어 식습관이 달라지면 장내미생물의 구성도 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만한 사람에게서 특정한 장내미생물 구성이 관찰되었다고 하더라도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장내미생물의 변화가 체중 증가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오랫동안 이어진 식습관과 생활 방식 때문에 체중과 장내미생물이 함께 변화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두 현상이 함께 나타난다는 사실만으로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성인 비만과 장내미생물을 분석한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연구마다 관찰되는 미생물의 특징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식습관과 생활환경, 사용하는 약물, 지역, 나이 등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장내미생물을 ‘살찌는 균 대 살 빠지는 균’이라는 두 종류로 나누는 설명은 이해하기는 쉽지만 실제 장내 생태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식습관이 바뀌면 장내미생물도 달라질까?
이 부분은 장내미생물을 이해할 때 특히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사람의 몸에 영양을 공급할 뿐 아니라 장 속 미생물이 살아가는 환경에도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식단의 구성과 장내미생물의 변화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채소, 과일, 통곡물, 콩류 등 다양한 식물성 식품에는 여러 종류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습니다. 일부 장내미생물은 사람이 소장에서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성분을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대사산물을 만들어냅니다.
반대로 식사의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라면 장내미생물이 접하게 되는 영양 환경 역시 단순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음식 하나를 많이 먹으면 곧바로 ‘좋은 균’이 늘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장내미생물은 수많은 미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생태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한 종류의 균 숫자보다 전체적인 식사의 다양성과 지속적인 생활습관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유산균만 먹으면 ‘뚱보균’을 없앨 수 있을까?
장내미생물이 체중과 관련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프로바이오틱스, 흔히 말하는 유산균을 떠올리게 됩니다.
프로바이오틱스와 체중의 관계를 조사한 임상시험과 메타분석도 존재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조건에서 체중이나 체지방 관련 지표에 변화가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모두 같은 제품이 아닙니다. 사용된 균주와 용량, 섭취 기간, 연구 참여자의 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특정 제품을 먹으면 누구나 같은 결과를 얻는다고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프로바이오틱스를 ‘뚱보균을 제거하는 제품’으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장내미생물 연구의 핵심은 나쁜 균 하나를 찾아 없애는 데 있다기보다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하는 생태계와 숙주의 건강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장내미생물 연구가 중요한 진짜 이유
그렇다면 ‘뚱보균’이라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장내미생물 연구 자체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장내미생물이 음식의 소화와 대사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미생물이 만드는 물질이 우리 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식습관 변화나 체중 변화와 함께 장내미생물의 다양성과 구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중요한 연구 주제입니다.
다만 연구가 활발하다는 사실과 이미 모든 원리가 밝혀졌다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현재의 연구를 생활 속에서 받아들일 때는 ‘어떤 균을 없애야 할까?’라는 질문보다 ‘내 장내미생물이 살아가는 환경에는 무엇이 영향을 줄까?’라고 질문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식품을 먹는 습관, 규칙적인 생활, 신체 활동처럼 이미 잘 알려진 기본적인 생활 요소 역시 장내미생물이 살아가는 환경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뚱보균’은 복잡한 장내미생물 연구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대중적인 표현입니다. 실제 사람의 장에는 수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균 하나만으로 체중 증가나 감소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장내미생물과 체중 사이에 흥미로운 연관성이 연구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장내세균이 비만의 단독 원인이라거나 그 균을 없애면 살이 빠진다고 단정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결국 장내미생물도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생활환경의 영향을 받는 생태계입니다.
그래서 장 건강을 생각할 때도 ‘나쁜 균 제거’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음식을 통해 장내미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꾸준히 만들어간다는 관점이 더 적절합니다.
다음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흔히 ‘날씬균을 늘리는 음식’이라고 알려진 식품들을 살펴보고, 실제로는 어떤 식습관이 장내미생물의 다양성과 관련되어 연구되고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 닥터P의 한 줄 노트
“뚱보균 하나를 없애는 다이어트보다, 좋은 장내 환경을 만드는 식습관이 먼저입니다.”
FAQ
Q1. 뚱보균 검사를 하면 살이 찌는 원인을 알 수 있나요?
장내미생물 검사를 통해 채취한 검체에서 여러 미생물의 구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장내미생물의 구성만으로 개인의 체중 증가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체중에는 식습관, 활동량, 수면, 유전적 특성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Q2. 살을 빼면 장내미생물도 달라질 수 있나요?
체중 감량과 식단 변화에 따라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이나 구성 등이 변화하는지를 살펴본 연구들이 있습니다. 다만 변화의 방향과 정도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살을 빼면 특정 균이 반드시 늘어난다’고 단순화하기는 어렵습니다.
Q3. 특정 음식만 먹으면 좋은 장내미생물을 늘릴 수 있나요?
특정 식품 하나만으로 장내미생물 전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장내미생물은 전체적인 식사 구성과 생활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개별 식품보다는 장기간의 식습관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 참고문헌
Koutoukidis DA, et al. The association of weight loss with changes in the gut microbiota diversity, composition, and intestinal permeabilit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Gut Microbes. 2022;14(1):2020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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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vesy L, Masterson D, Rosado EL. Profile of the gut microbiota of adults with obesity: a systematic review. Europe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20;74:1251–1262.
Musazadeh V, et al. Probiotics as an effective therapeutic approach in alleviating obesit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Journal of Translational Medicine. 2023;21:255.
Turnbaugh PJ, Ley RE, Mahowald MA, Magrini V, Mardis ER, Gordon JI. An obesity-associated gut microbiome with increased capacity for energy harvest. Nature. 2006;444:102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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