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베라트롤은 왜 다시 주목받을까 — 시르투인 연구와 실제 임상 활용을 함께 보다




안티에이징 분야를 오래 지켜본 분이라면 레스베라트롤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겁니다.

한때는 적포도주 속 ‘장수 성분’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크게 받았고, 이후에는 초기 기대만큼 놀라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로 평가절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의 흐름을 조금 더 길게 보면 레스베라트롤을 단순한 유행성 보충제로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저 역시 피부미용과 비만 관리를 오랫동안 진료하면서 레스베라트롤을 비롯한 여러 항노화 성분이 관심을 받았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해서 봐왔습니다. 그런데 레스베라트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레스베라트롤이 단순한 항산화 물질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르투인, AMPK, 에너지 대사, 염증 반응 등 노화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여러 경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입니다.

“레스베라트롤을 먹으면 오래 산다”라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지만, 반대로 “동물실험뿐이고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현재까지 축적된 연구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중간 지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시르투인은 정말 ‘장수 유전자’일까




레스베라트롤을 이해하려면 먼저 시르투인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시르투인(sirtuin)은 우리 몸에서 여러 대사와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효소군입니다. 사람에게는 SIRT1부터 SIRT7까지 여러 종류가 알려져 있고, 각각 세포 안에서 작용하는 위치와 역할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SIRT1입니다.

초기의 장수 연구에서는 효모와 같은 단순 생물에서 특정 시르투인 경로가 수명 조절과 관련 있다는 결과가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후 연구가 포유류와 인간으로 확장되면서 시르투인이 단순히 수명을 결정하는 하나의 스위치라기보다 에너지 부족, 운동, 스트레스, 영양 상태 등에 반응해 세포의 대사 균형을 조절하는 네트워크의 일부라는 점이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NAD+가 다시 등장합니다.

시르투인은 작동 과정에서 NAD+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NAD+ 대사와 시르투인 연구는 자연스럽게 함께 묶입니다.

앞선 글에서 NMN이나 NR을 통해 NAD+를 보완하려는 접근을 다뤘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NAD+가 충분해야 시르투인 같은 효소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개념은 안티에이징 연구에서 상당히 중요한 축입니다.


레스베라트롤은 어떻게 시르투인 연구의 중심에 들어왔나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은 포도 껍질이나 일부 식물에서 발견되는 폴리페놀 계열 물질입니다.

대중적으로는 적포도주와 ‘프렌치 패러독스’ 이야기와 함께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안티에이징 연구에서 레스베라트롤이 크게 주목받은 계기는 시르투인과 관련된 실험들이었습니다.

초기 연구에서는 레스베라트롤이 시르투인 경로를 활성화할 가능성이 제시됐고, 이후 동물실험에서 고열량 식이를 한 생쥐의 대사 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보고됐습니다.

이런 결과들은 당시 상당히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칼로리 제한 없이도 칼로리 제한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물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해졌습니다.

레스베라트롤이 SIRT1에 직접 작용하는 방식, 실험 조건에서의 반응, 사람에서의 생체이용률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그렇다고 연구가 틀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은 레스베라트롤을 단순한 ‘SIRT1 활성제 하나’로 보기보다 AMPK, 미토콘드리아 기능, 산화 스트레스, 염증 경로를 포함해 여러 대사 신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로 보는 시각이 더 적절합니다.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무엇이 보였나



임상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은 결국 사람에게 어떤 결과가 나타났느냐는 것입니다.

레스베라트롤에 대한 인간 대상 연구는 이미 상당수 진행되어 있습니다.

특히 비만, 인슐린 저항성, 제2형 당뇨병, 심혈관 대사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다양한 지표가 평가돼 왔습니다.

일부 소규모 연구에서는 인슐린 감수성이나 미토콘드리아 관련 지표, 혈압, 염증 관련 지표 등에 긍정적인 변화가 보고됐습니다.

대표적으로 비만한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약 한 달간 레스베라트롤을 투여했을 때 칼로리 제한과 유사한 일부 대사 변화가 관찰됐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레스베라트롤이 단순히 혈중 농도만 변하게 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생리적 지표에 실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연구가 같은 결과를 보여준 것은 아닙니다.

건강한 사람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았던 연구도 있고, 운동과 함께 사용했을 때 기대했던 상승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복용량 역시 연구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레스베라트롤을 평가할 때는 “효과가 있다, 없다”보다는 어떤 대상에서 어떤 지표가 변했는가를 보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제가 임상에서 느끼는 레스베라트롤의 위치






안티에이징 관련 물질을 오랫동안 보다 보면 모든 성분을 똑같이 평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떤 물질은 이론적으로는 매우 화려하지만 사람 대상 데이터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어떤 물질은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연구 가치를 과소평가받기도 합니다.

레스베라트롤은 후자에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는 레스베라트롤의 장점은 특정 하나의 효과 때문이라기보다 노화와 대사에 관련된 여러 경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임상에서도 단독으로 ‘노화를 역전시키는 약’처럼 사용하는 개념보다는 NAD+ 보완 전략, 식사, 운동, 체중 관리 등과 함께 하나의 보조적 접근으로 이해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야에서는 환자가 느끼는 변화도 무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피로감이나 운동 후 회복감, 전반적인 컨디션 같은 부분은 임상시험에서 항상 주요 평가 지표로 잡히지는 않지만 실제 복용자들은 중요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주관적인 변화만으로 약리학적 효과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유사한 변화가 관찰된다면 그것이 다시 연구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임상의가 이런 관찰을 완전히 배제할 이유는 없습니다.


레스베라트롤의 가장 큰 문제는 ‘흡수’일까





레스베라트롤을 이야기할 때 거의 항상 나오는 문제가 생체이용률입니다.

경구로 복용한 레스베라트롤은 흡수된 뒤 빠르게 대사됩니다.

그래서 혈액 속에서 원래 형태의 레스베라트롤 농도가 높게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 때문에 “흡수가 안 되니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리적 효과는 단순히 혈중 원물질 농도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레스베라트롤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대사체의 역할이나, 짧은 시간 동안의 신호 자극이 어떤 효과를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계속 연구되고 있습니다.

실제 제품에서는 미세화된 형태나 다른 전달 기술을 이용해 흡수를 높이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도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흡수율을 높였다는 사실과 임상적 효과가 더 좋아졌다는 것은 별도의 문제입니다.

제품의 흡수율이 높다고 해서 자동으로 항노화 효과가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어떤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레스베라트롤과 운동을 함께 하면 더 좋을까



이 질문도 생각보다 흥미롭습니다.

레스베라트롤과 운동은 모두 AMPK, 미토콘드리아,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된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두 가지를 함께 하면 효과가 더 클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생물학은 항상 단순한 덧셈처럼 작동하지 않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레스베라트롤이 운동으로 인한 적응 반응을 반드시 강화하지는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운동 자체가 일종의 적절한 생리적 스트레스를 만들어 우리 몸의 적응 반응을 유도하는데, 강한 항산화 작용이 일부 적응 신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제가 여기서 중요하게 보는 점은 좋은 것 두 가지를 합치면 무조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안티에이징 분야에서 여러 영양제와 약물을 조합할 때 특히 필요한 태도입니다.


그렇다면 레스베라트롤은 복용할 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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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질문을 “모든 사람이 먹어야 한다” 또는 “먹을 필요가 없다”라는 식으로 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레스베라트롤은 사람 대상 연구가 존재하고, 일부 대사·혈관·염증 관련 지표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준 연구도 있습니다.

동시에 연구마다 결과가 일관되지는 않으며, 장기간 복용했을 때 실제 건강수명이나 질병 발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무의미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레스베라트롤은 이미 상당한 기초연구와 인간 연구가 축적되어 있고, 어떤 대상에서 더 유용할 수 있는지를 정교하게 찾아가는 단계라고 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임상에서는 개인의 나이, 대사 상태, 복용 약물, 운동 습관, 다른 보충제와의 조합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보충제를 여러 종류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단순히 하나를 추가하는 식의 접근보다 전체적인 조합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닥터 P의 한 줄 정리



레스베라트롤은 한때 ‘장수 물질’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기대를 받았고, 이후에는 기대만큼 극적인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로 평가절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극단 모두 레스베라트롤을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현재까지의 연구를 보면 레스베라트롤은 시르투인과 AMPK를 포함한 여러 대사 경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며, 사람 대상 연구에서도 특정 대사와 생리적 지표의 변화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레스베라트롤을 ‘먹으면 젊어지는 물질’로 과장할 필요도 없고,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물질’로 깎아내릴 필요도 없습니다.

실제 안티에이징 임상에서는 이러한 물질들을 생활습관, 운동, 체중 관리, NAD+ 대사 전략과 함께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보는 편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또 하나의 흥미로운 물질이 등장합니다.

바로 피세틴(fisetin)입니다.

피세틴은 레스베라트롤과 달리 최근에는 ‘항산화 물질’보다 세놀리틱(senolytic), 즉 노화세포 제거 가능성 때문에 더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화세포는 정말 몸에 쌓이는 쓰레기 같은 존재일까요? 그리고 피세틴을 먹으면 실제로 이런 세포를 줄일 수 있을까요?

다음 닥터 P 안티에이징 클래스에서는 노화세포와 피세틴, 세놀리틱스 연구를 임상과 연구 양쪽에서 살펴보겠습니다.




FAQ


Q1. 레스베라트롤은 시르투인을 직접 활성화하나요?

초기 연구에서는 레스베라트롤이 SIRT1을 직접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이후 연구에서는 그 작용 방식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현재는 레스베라트롤이 SIRT1뿐 아니라 AMPK, 미토콘드리아 기능, 대사와 염증 관련 여러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적절합니다.


Q2. 적포도주를 마시면 레스베라트롤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나요?

일반적인 적포도주에 포함된 레스베라트롤의 양은 임상시험에서 사용되는 보충제 용량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레스베라트롤을 섭취하기 위해 음주량을 늘리는 것은 적절한 접근이 아닙니다. 알코올 자체의 건강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Q3. NMN과 레스베라트롤을 같이 복용하면 더 효과적인가요?

NAD+와 시르투인 경로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두 물질을 함께 사용하는 접근이 생물학적으로는 흥미롭습니다. 실제 안티에이징 분야에서도 이런 조합이 활용되곤 합니다. 다만 두 물질의 병용이 단독 복용보다 건강수명이나 임상적 노화 지표를 더 개선한다는 것을 확정할 정도의 대규모 인간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복용 약물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닥터 P 안티에이징 클래스의 원칙
이 시리즈는 특정 영양제나 시술을 일률적으로 권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노화 연구에서 발표되는 결과와 실제 임상에서 관찰되는 경험을 함께 살펴보고, 가능성과 현재 근거의 수준을 균형 있게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새로운 연구를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도 없지만, 임상에서 축적되는 경험과 초기 인간 연구를 무조건 평가절하할 이유도 없습니다. 개인의 질환, 복용 약물과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한 접근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 Baur JA, et al. Resveratrol improves health and survival of mice on a high-calorie diet. Nature. 2006;444:337–342.

  • Lagouge M, et al. Resveratrol improves mitochondrial function and protects against metabolic disease by activating SIRT1 and PGC-1α. Cell. 2006;127(6):1109–1122.

  • Timmers S, et al. Calorie restriction-like effects of 30 days of resveratrol supplementation on energy metabolism and metabolic profile in obese humans. Cell Metabolism. 2011;14(5):612–622.

  • Bhatt JK, Thomas S, Nanjan MJ. Resveratrol supplementation improves glycemic control in type 2 diabetes mellitus. Nutrition Research. 2012;32(7):537–541.

  • Pollack RM, Crandall JP. Resveratrol: therapeutic potential for improving cardiometabolic health. American Journal of Hypertension. 2013;26(11):1260–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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