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듬이 생기는 이유, 머리를 안 감아서가 아닙니다|의사가 설명하는 원인과 관리법

 



       “선생님, 저는 매일 머리를 감는데 왜 계속 비듬이 생길까요?”

비듬 때문에 진료를 받는 분들이 종종 하는 질문입니다. 특히 검은색 옷을 입은 날 어깨에 하얀 각질이 떨어져 있으면 상당히 신경 쓰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머리를 제대로 안 감아서 그런가?’라는 생각에 아침저녁으로 샴푸하거나, 세정력이 강한 제품으로 두피를 박박 문지르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듬이 생기는 이유를 단순히 머리를 깨끗하게 감았느냐의 문제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비듬에는 두피에서 만들어지는 피지와 피부장벽 상태, 각질세포가 떨어져 나가는 과정, 그리고 두피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말라세지아(Malassezia)라는 효모균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합니다.

따라서 비듬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먼저 ‘왜 생기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듬은 정확히 무엇일까요?



우리 피부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를 만들고 오래된 세포를 밖으로 내보냅니다.

두피도 마찬가지입니다.

피부 가장 바깥에 있는 각질세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갑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떨어지는 각질의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대부분 눈으로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런데 두피에서 각질이 만들어지고 탈락하는 과정이 달라지면 여러 개의 각질세포가 서로 뭉쳐 눈에 보이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비듬(dandruff)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비듬은 단순히 머리를 감지 않아 쌓인 ‘때’가 아닙니다.두피의 각질이 평소보다 눈에 띄는 형태로 떨어져 나오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매일 머리를 감는 사람에게도 비듬이 생길 수 있습니다.


비듬이 생기는 이유, 말라세지아가 중요한 이유


비듬의 발생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말라세지아(Malassezia)입니다.

말라세지아는 효모의 한 종류입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두피에 곰팡이가 감염됐다는 뜻인가?’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말라세지아는 사람의 피부에 존재할 수 있는 정상적인 미생물군의 일부이며 특히 피지가 풍부한 부위에서 잘 발견됩니다. 두피 역시 피지선이 발달해 있어 말라세지아가 살아가기 좋은 환경입니다.

말라세지아는 두피의 피지 성분을 이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과 개인의 피부 반응이 피부장벽 및 염증 반응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각질 탈락이 증가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두피에 말라세지아가 존재한다고 모든 사람에게 비듬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미생물이 있어도 사람마다 두피의 피지 상태와 피부장벽, 면역 및 염증 반응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듬은 단순히 ‘균이 있으니 생긴다’기보다는 말라세지아와 두피 환경, 그리고 개인의 반응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두피가 건조해도 하얀 각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비듬이 있으면 반대로 ‘내 머리에 기름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두피에 하얀 각질이 보인다고 해서 항상 피지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두피가 건조하거나 반복적으로 자극받아도 각질이 눈에 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뜨거운 물로 오랫동안 머리를 감거나 세정력이 강한 샴푸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고, 손톱으로 두피를 긁으면서 씻는 습관은 두피에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이때 이해해야 할 것이 피부장벽입니다.

피부장벽을 집을 둘러싼 담장이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담장이 튼튼하면 안쪽의 수분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고 외부 자극도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담장이 손상되면 수분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작은 자극에도 피부가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두피도 피부이기 때문에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따라서 하얀 각질이 보인다는 이유로 무조건 더 강한 샴푸를 사용하고 더 자주 씻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오히려 과도한 세정 → 두피 자극 → 건조함과 가려움 → 긁기 → 추가적인 피부 손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비듬과 지루성피부염은 같은 질환일까요?



비듬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질환이 지루성피부염(seborrheic dermatitis)입니다.

두 가지는 서로 관련성이 있지만 완전히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반적인 비듬은 주로 두피에서 눈에 보이는 각질이 떨어지는 것이 중심이며 뚜렷한 염증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지루성피부염에서는 각질과 함께 붉어짐, 가려움, 따가움 등의 염증 증상이 보다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기름기가 섞인 노란색 계열의 인설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발생 부위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루성피부염은 두피뿐 아니라 눈썹 주변이나 미간, 콧방울 옆, 귀 주변처럼 피지선이 발달한 부위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하얀 비듬 몇 개가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두피가 지속적으로 붉고 가렵거나 얼굴의 피지 많은 부위에도 비슷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지루성피부염 가능성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비듬이 심하면 머리를 자주 감는 것이 좋을까요?



비듬이 있을 때 ‘머리를 며칠에 한 번 감아야 하는가?’도 많이 묻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하나의 횟수를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두피의 피지 분비 정도와 모발 상태, 사용하는 제품, 운동량과 생활환경 등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비듬을 없애겠다는 생각으로 과도하게 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머리를 감을 때 지나치게 뜨거운 물은 피하고 손톱으로 두피를 긁어 각질을 억지로 떼어내기보다는 손가락 끝부분을 이용해 부드럽게 씻는 편이 좋습니다.

샴푸 역시 머리카락만 씻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두피의 상태를 고려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머리를 감은 후에는 샴푸가 두피에 남지 않도록 충분히 헹구는 것도 기본적인 관리 방법입니다.


비듬 샴푸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을까요?



가벼운 비듬은 적절한 두피 관리와 함께 비듬용 샴푸를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비듬과 지루성피부염에서 많이 알려진 성분 가운데 하나가 케토코나졸(ketoconazole)입니다.

케토코나졸은 항진균 성분으로 말라세지아와 관련된 비듬 및 지루성피부염 관리에 사용됩니다.

이외에도 selenium sulfide 등 여러 성분이 비듬 관리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비듬용 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 성분이나 제품 형태는 국가와 제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이름보다 어떤 성분이 포함되어 있고 어떻게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특히 약용 샴푸를 사용할 때 머리카락에 거품만 낸 뒤 바로 씻어내면 의도한 방식으로 사용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제품에 따라 두피에 충분히 닿도록 사용하고 일정 시간 접촉시킨 뒤 씻어내도록 안내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임의로 사용 시간을 정하기보다는 해당 제품의 사용설명서나 의료진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샴푸를 바꿨는데 오히려 두피가 더 가렵다면?


비듬 때문에 여러 샴푸를 번갈아 사용하다가 오히려 가려움이나 따가움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단순히 ‘비듬이 심해졌다’고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샴푸나 헤어제품에 포함된 특정 성분에 의해 자극성 또는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샴푸나 염색제, 헤어제품을 사용한 뒤부터 갑자기 두피가 붉어지고 심하게 가렵다면 최근에 바꾼 제품이 있는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귀 주변이나 헤어라인, 목 주변까지 붉거나 가려운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사용하는 제품과의 관련성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비듬처럼 보여도 다른 피부질환일 수 있습니다


두피에서 각질이 떨어진다고 모두 단순 비듬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두피 건선에서도 비교적 두꺼운 각질과 붉은 병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접촉성피부염 역시 가려움과 각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두피백선과 같은 진균 감염도 감별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부분적인 탈모나 부러진 모발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비듬이라고 생각하며 샴푸만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비듬의 ‘양’만 보는 것보다 두피에 함께 나타나는 다른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진료에서는 비듬의 무엇을 볼까요?

 


비듬 때문에 진료를 받으러 오셨을 때 저는 단순히 어깨에 떨어지는 각질의 양만 확인하지 않습니다.

먼저 두피가 붉은지, 각질이 얇고 하얀 형태인지 아니면 기름기가 있고 노란색을 띠는지, 가려움이나 따가움이 함께 있는지 등을 살펴봅니다.

얼굴도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눈썹이나 미간, 콧방울 옆, 귀 주변에도 비슷한 피부 증상이 있다면 지루성피부염과 관련된 소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경계가 비교적 뚜렷하고 두꺼운 각질이 있다면 건선 등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샴푸나 염색제, 헤어제품이 있는지도 물어봅니다.

특히 부분적인 탈모가 함께 생기거나 두피에 진물·딱지·통증이 나타나는 경우, 적절하게 관리했는데도 계속 악화되는 경우라면 단순한 비듬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비듬 관리, ‘더 깨끗하게’보다 두피 상태를 먼저 봐야 합니다


비듬은 매우 흔한 두피 문제지만 발생 원인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피지와 피부장벽, 각질세포의 탈락 과정, 말라세지아와 개인의 두피 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머리를 감는데도 비듬이 생긴다고 해서 ‘내가 머리를 제대로 안 감았나?’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비듬을 없애려고 너무 뜨거운 물을 사용하거나 세정력이 강한 제품으로 반복해서 씻고 두피를 긁는 행동이 자극을 증가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벼운 비듬은 두피를 자극하지 않는 적절한 세정과 비듬용 샴푸 등을 이용해 관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붉어짐과 심한 가려움, 진물이나 통증, 탈모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다른 두피질환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비듬 관리의 출발점은 무조건 더 깨끗하게 씻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 두피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닥터 P의 한줄노트


“매일 머리를 감는데도 비듬이 생긴다면 세정이 부족하다고 단정하지 마세요. 진료실에서는 비듬의 양보다 두피의 붉어짐, 각질의 형태, 가려움과 탈모 같은 동반 증상을 함께 봅니다. 비듬을 없애려고 지나치게 씻기보다 내 두피 상태에 맞는 관리가 중요합니다.”


FAQ


Q1. 매일 머리를 감는데도 비듬이 생길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비듬은 단순히 머리를 자주 감지 않아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두피의 피지, 각질 탈락 과정, 피부장벽과 말라세지아 등 여러 요인이 관여할 수 있으므로 매일 머리를 감는 사람에게도 생길 수 있습니다.


Q2. 비듬이 있으면 머리를 하루에 두 번 감는 것이 좋을까요?

모든 사람에게 하루 두 번 세정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잦은 세정이나 강한 세정제를 사용하면서 두피가 자극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의 피지 분비와 두피 상태에 맞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3. 비듬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도 있나요?

비듬과 함께 두피의 심한 붉어짐이나 가려움, 통증, 진물, 딱지 등이 나타나거나 부분적인 탈모가 동반된다면 진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듬처럼 보여도 지루성피부염, 건선, 접촉성피부염이나 두피백선 등 다른 질환과 감별이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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